부여에서 청양쪽으로 10분~15분 정도 가다보면 '세이재'라고 하는 까페가 있다. 한적한 시골마을 한구석, 주변에 그럴싸한 경치나 전망은 없지만 언제나 포근한 고향같은 소박한 맛이 있다. 음식을 하시는 안 사장님은 음악 선생님을 하셨다 하고, 바깥 사장님은 한때 큰 기업의 농구단에서 선수이셨다 한다. 전원생활의 꿈을 가지고 낙향하셔서 소박하고 편안한 동네 사랑방 같은 까페를 제공하고 계시다. 작년 설날, 까페가 전소되어 꼬박 일년이 걸려 올겨울 2월에 다시 연 까페가 지금의 모습이다. 하도 편안한 곳이어서 그냥 없어질까봐 남편이 참 애닳아했었다. 지금도 오며가며 들르면 언제나 반색을 하고 반기신다.
바깥 사장님은 사모님의 음식 시중도 들고 농사도 지으시고 더우기 마을 이장도 하신다. 귀농이 제대로 뿌리내렸다. 글씨를 잘쓰셔 까페안의 웬만한 글씨는 죄 사장님 작품이고 솜씨가 좋으셔 주변의 흔하디 흔한 재료를 가지고 뭐든 뚝딱뚝딱 만들어내신다. 카페를 꾸민 많은 물건들이 사장님의 솜씨다. 사모님은 수놓는 솜씨, 뜨개질 솜씨, 음식 만드는 솜씨 다 빼어나시고 게다가 성격이 좋으셔 언제나 웃는 낯이시다. 요즘에 도자기 빚는 재미에 푹 빠지셨다. 까페 문닫고 깊은 밤 흙을 만지시다보면 모든 시름을 잊게 되신단다.
모쪼록 편안한 휴식공간 '세이재'가 오래오래 남아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갔으면 좋겠다.
싱겁고 편안하며 무지 부지런하신 사장님. 도통 담배를 안 끊으신다.
주변에서 꺾은 진달래 한가지
복사꽃인가 앵두꽃인가 암튼 앞뜰에서 꺾으신...
사모님의 소박한 작품들
사장님이 집앞에 벌똥을 몇개 놓으셨다
참 편한 차림표. 메뉴 가감이 참 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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