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여행을 다녀온 지 한달 보름이 되었다.
어제서야 사진을 컴퓨터로 옮겼다. 또한 정리까지는 시일이 소요되겠지.
언제부턴가 여행에 대한 열의가 많이 사그라져 이번 여행도 그나마 부탄이어서 가기로 결정했던 만큼 여행 준비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행에 필요했던 실무적인 정보도 모르고, 다른 여행에서도 그러하듯 여행지에 대한 정보탐색도 게을리 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고 다녔던 여행이었다.
올해가 우리나라와 부탄이 수교한 지 30주년 되는 해라 여행세(보통 부탄 여행에는 하루에 200-250달러의 여행세를 내야한다. 여행세는 부탄의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의 재원이 된다고 한다)에 혜택이 있었다고 들었고, 부탄 국적기 드룩항공에서도 한국 관광객에 대해 비행기 티켓 할인 프로모션이 있다고
비행기에 비치된 책에 쓰여 있었다.
암튼 자신의 여행비는 자신이 부담하는 우리집의 살벌한 풍습에 따라 내가 남편에게 여행비로 이체한 돈은 270만원이 조금 안되었고 부탄에 가서 가이드비로 50달러가 더 들었다. 부탄 여행하면 여행세 때문에 비용이 크게 들 것으로 예상했던 탓으로 비용 내에 숙박비, 교통비, 식비 등 기본적인 비용이 다 포함된 것을 보니 오히려 그리 많이 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한국인 대상의 프로모션이 있다보니 우리 여행팀이 너무 커져서(무려 29명. 두대의 소형버스로 이동) 국내 여행사에서 여행실무를 돕기위해 한 명을 파견해 주었고 현지인 영어가이드 1명, 한국에서 유학했다는 현지인 한국어 가이드 한 명 해서 두 명의 가이드가 우리를 인솔했는데, 영어가이드가 훨씬
설명이 정확하고 상세했다. (부탄은 가이드 없이, 또 미리 정해진 여행일정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다.)
이런 식의 패키지 여행은 중국 갈 때나 해본 여행이어서 세상 편하기도 했던 반면 여행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경험을 많이 제한 했다.
현지인과 개인적으로 접촉할 기회가 없어 어쩌다 길에서 만난 아이들과 짧은 대화를 나눠본 것, 탁상 사원에서 가이드와 내려오며 좀 길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것이 전부였다.
미리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안한 것을 이번 여행에서만큼 후회한 적이 없다.
부탄 여행의 90퍼센트는 불교관련인데, 불교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었더라면, 영어가이드의 설명을 더욱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잘 모르니 질문도 못한 것은 물론이다.
언젠가 팀푸에서 붐탕까지 도로공사가 마무리 될 때, 대여섯 명 쯤의 작은 규모로 다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람들 만나면 부탄 여행 얘기 좀 해달라는 말을 종종 했다.
요즘은 해외여행이 너무 흔하니 여행 다녀왔다고 별반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부탄은 아직도 대개의 사람들에게 미지의 신비로운 나라로 인식되는 것 같다.
부탄 잠깐 패키지 여행 다녀왔다고 부탄에 대해 잘 알리 없으니 나는 감히 이렇다 저렇다 말할 자신이 없어 그저 많은 사원과 종(Dzong)과 숲을 보았고,
아이들이 부끄럼 없이 적극적이고 씩씩하며 영어를 곧잘 하고, 여자들이 상당히 강인해 보인다 정도만 말했다.
또 사람들은 꼭 덧붙여 물었다. 정말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같더냐고.
잠깐 스쳐간 내가 어찌 알겠는가. 일행 중의 한 사람은 행복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야 말겠다는 듯 행복한 나라의 근거가 된 설문조사를 정리한,
페이지가 엄청 많은 책을 가이드에게 부탁해 쭉 훑고는, 것 보라고, 부탄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극구 주장했는데 행복한 부탄이라는 판타지를 갖지
않으려 애쓰는 나보다도 그의 태도는 훨씬 순수해 보이지 않았다. 부탄이 행복할 리가 없다는 결론을 미리 낸 해석처럼 보여서 부탄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면 왜 안되는데? 싶은 반발심이 일었다.
부탄에서 인상적인 것은 어디를 가든 기도하는 사람들을 볼 수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늘 기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전 기도라고는 모르는 내가 판단할 수 없겠지만 무엇에 대한 헌신과 복종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수긍이 된다. 남루한 사람들이 마니차를 돌리는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보면, 그들은 마음은 나보다 더하지 않겠는가 싶다.
국민 총생산량이나 일인당 국민소득이 행복의 기준이라면 그들의 행복여부는 너무도 자명하지만, 행복이 단지 돈문제 뿐이 아닌 것도 자명하니 나는
그들의 행복여부를 '모른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설문조사 결과처럼 그들이 행복하기를 내내 빌었다.
* 부탄에 관한 좋은 정보: https://brunch.co.kr/@700k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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