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과 탑정에 가서 밥 먹고 차 마시고 부여에 와 혼자 궁남지 걸었다가 정림사지까지,
드물게 부지런한 날이었다. 자못 대견한 생각이.
정림사지 오층석탑에 오랜 만에 들렀다.
정림사지 오층석탑 매표소 바로 앞 초등학교, 백제 초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이 곳은 어린 시절 나의 놀이터였다.
그 시절엔 담도 없었고, 주변에 큰 플라다너스 나무들이 있어서 그늘을 뛰어다니며 놀기 좋았다.
정림사지 오층석탑 옆 매표소와 박물관에는 지금은 정관장이 된 부여 인삼청이 있어서, 정림사지 앞 작은 개울엔 항상 인삼냄새
물씬한 김이 오르는 물이 흘렀다. 인삼청을 이전하고 개울도 매립하고 담장도 둘러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담을 쳐서 보존해야
하는 것도 맞는데 옛날처럼 무시로 드나드는 건 힘든 일이 되었다. - 담장 하나의 막강한 단절력.
물론 탑 앞 이층 건물에서 두 해 동안 탑을 내려다 보고 그 울안에 흐르는 시간을 지켜보긴 했지만.
정림사지를 들른 이들은 입장료 천 오백원이 아깝다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르겠다.
달랑 탑 하나, 석불 한 분이 다니까 말이다. 담 너머로 목 빼고 잠깐 들여다 볼걸 하며.
그만큼 썰렁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난 문외한이긴 해도 이제껏 이 탑처럼 아름다운 탑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이 탑의 간결함과 완벽한 균형, 그리고 그것이 주는 강건함과 경쾌함이 너무도 좋다.
탑을 보면 내 마음이 깊이 탑과 조응하는 것 같고 그러면 나는 갑자기 탑의 세월 만큼 내가 깊어진 기분이 든다.
(소정방의 비문이 없다면. 비문 새길 일이 없었더라면. )
그러니 이 곳을 찾는 분들은 다른 볼거리가 없으니 이 탑에 집중하시어 천 오백년 세월을 느껴보시라.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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