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휴일 중 하루를 수마(睡魔)에 붙들려 옴짝달싹 못한 채 보내고 오늘은 분연히 떨쳐 일어나 오전 상영의 "버드맨"(하루 두 번 상영이라, 연기의 신들!)을 보고 나니 그래도 시간이 널널한 게 부지런을 떤 보람이 있다. 일요일이 다간다는 안타까움 없이 갑사를 다녀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갑사에도 봄기운이 충만하다. 오늘은 이렇게 포근했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드물게도 평소보다 사람이 들지 않아 마음이 더 여유로웠다.
오리나무는 지금 고목처럼 저리 험상 궂어도 머지 않아 야들야들 연약한 잎에도 두터운 갑피를 틔워 줄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에 봄의 아우라가 맴도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짧은 산책길도 가벼웠고 오랜 만에 찾아간 수정식당의 담백해진 음식도 흡족했다.
봄에는 나도 봄의 사람이 되어야겠다.
불두화인지 수국인지, 꽃이 지고 난 후 무자비하게 베어내지 않고 이 봄, 새로운 순환을 맞도록 한 그 마음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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