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수상쩍다. 뭔가 심하게 잘못된 것 같다.
토요일을 대문 밖으로 한 걸음도 안 나가고 비비적대다 일요일마저 그리 보낸다는 건 찬란한 가을의 찰라에 대한 도리가 아닌듯 싶어 집을 나섰다.
나서봤댔자 지척인 논산 가야곡이다.
논산천 둑을 따라 가는데 벚나무 잎은 일찍 져서 아쉽지만 천변에 억새가 하얗고 굽이굽이 개울이 예쁘다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 파헤치고 콘크리트 붓고 난리가 났다. 아깝다. 우리는 얼마나 지척의 아름다움에 무심한지.
일상을 가꾸는데 무심한채 목숨 걸다시피 명소들로 돌진하는것 같다.
탑정을 한바퀴 끼고 도는데, 도처에 공사판이다. 삶이 계속되는 한 공사도 그러하려나 보다. 어디나 진행중이다.
연무가 짙어서 가을의 양광이 그리워진다. 가야곡 과수원들의 과일들도 거의 수확이 끝났고 들판의 곡식도 얼추 다 거두어졌다.
이만한 풍경이 지속될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생각하니 무거운 몸을 추스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길에 어느 집에서 마당가의 대봉을 따서 팔길래 한 접 샀다.
봄에 한파가 닥쳐 꽃이 얼어 수확이 영 보잘 것 없다하고, 값도 따끔하다.
하지만 맛이 하도 좋아 일이만원 더 비싼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람들이 미친 듯 쏟아져나온 휴일이다. 우연히 궁남지 옆을 지나치는데 차량이 주택가까지 넘쳐났다.
뭐라 하랴. 남은 삶이 안타까워 그럴진대...
물가의 나무. 푸른 빛이지만 이미 물기는 다 가셨다. 연무가 끼어 가을 하루가 아깝다.
탐조대인지 구조물이 몇 개 들어서 있다. 새들도 몇 마리 정답게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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