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라디오스타"를 보다가 꺽꺽 울었다.
한때 엄청 좋아하던 프로그램이었으나 어느 결엔가 다른 예능과 차별성 없이, 종잡을 수 없는 게스트와 날이 무딘 말장난이 지겨워 보는 둥 마는 둥 했는데
모처럼 신선한 게스트들이 나와 자세 잡고 보았다.
한동준, 박학기, 홍경민, 조성치가 게스트들이었는데 이런저런 김광석과의 추억을 크고 작게 가지고 있는 이들이었다.
MC들과 게스트들은 김광석과의 추억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을 무겁지 않게, 오히려 가볍고 즐겁게 나누었고 그래서 나에겐
김광석이 저 세상 사람이 아니라 잠깐 일이 있어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양 여겨지기조차 했다.
게스트들이 나이를 먹어가니 김광석을 만날 날이 점점 가까워지는구나 싶어 나이 먹는 게 슬프지 않은 적어도 한 가지 이유는 있구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정말 내가 엉엉 울고 만 것은 박학기와 김광석의 듀엣 장면에서였다.
김광석의 노래 중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김광석 공연 영상으로 흐르고 거기에 박학기가 화음을 맞추어 듀엣을 하는 거였다.
그제야 갑자기 그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게 생생해지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피터팬"에서 짠한 사람은 늘 나이를 먹지 않는 피터팬이었는데, 좀 그런 기분이었달까 홀로 그곳에서 나이를 먹지 않는 그가 슬펐다.
한때는 너무 감정의 침잠이 부담스러워 김광석의 노래를 멀리 한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때보다는 담담하게 김광석의 노래들을,
김광석을 음미할 수 있을 것 같다.
모처럼 라스가 라스다웠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지개 (0) | 2013.02.06 |
---|---|
드디어 떠납니다(13.02.03) (0) | 2013.02.03 |
재가동(13.01.28) (0) | 2013.01.28 |
준비 (0) | 2013.01.16 |
명분없는 고독(13.01.15) (0) | 2013.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