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외국)/인도

아주 잠깐 머문 델리에서(11.08.13~14)

heath1202 2011. 9. 2. 02:50

 

   오후 4시 30분, 델리행 볼보 버스를 탑승, 델리에 도착하니 예상보다 빠른 새벽 5시 경이다.      간밤엔 참 무서웠었다.  마날리를 출발하고 얼마 안되어부터 빗줄기는 약해질 기세없이 줄기차게  쏟아지는데, 구불구불한 길과 운전기사의 난폭운전은 멀미를 야기했으며, 산에서 가끔씩 굴러 떨어지는 자갈들과 바위, 흙더미들은 공포를 야기했다. 하여 몸은 한없이 피곤한데도, 가수의 상태로 눈을 부릅뜨려 애쓰며, 헤드라이트 불빛에 드러나는 풍경이랑 무수한 트럭이랑 빗속을 종종 걸음치는 고단한 사람들이랑 두려움에 떨고 있을 벼랑 밑의 짐승들이랑, 암튼 그러는 것만이 살길인 양 놓치지 않고 직시하고 목격했다. 

   어쨌든 남쪽으로 내려 오면서 비도 그치고 길도 넓어지면서 안도가 되고, 일순 피로가 몰려와 두어시간 죽은듯 자고나니 델리가 가까웠음을 느낄수 있었다.  그래, 이틀만 잘 견디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즐비하게 누워있는 대로변에 덩그러니 던져지니 막막한 기분이다.  대도시답게 벌써 릭샤꾼이나 택시 운전사부터 약고 악착같다.  값도 터무니없이 후려치니, 지레 지겹고 피곤하다. 자꾸 화가 나려는 자신을 다독인다.  이제껏 잘 견뎌왔는데 이틀을 더 못견디느냐.

 

   예정되어 있던 숙소는 델리 외곽으로 버스에서 내린지점에서 정확히 대척점이었다.  정말 택시로 한참을 갔다.  기사도 잘 모르는 동네였다.  숙소는 이제껏 묵은 어느 곳보다 깔끔하고, 음식 또한 꽤 잘 차린 한식을 제공했는데, 문제는 이곳이 맘대로 드나들 수가 없는 곳이었다는 것이다.  무슨, 제법 고급인 아파트 몇 채를 빌려 하숙집모양으로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인도에 출장오는 엘지나 삼성 직원들이 주된 고객인 것 같았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경비초소가 있고 경비가 일일이 거주자 확인을 받고 들여 보내는 체제였다.  그러니 일단 나오고 나면 집주인 없이는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교통비도 만만치 않고 아파트 단지 주변에 가게 하나가 없어, 모르겠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 하고 꼬박 하루를 먹고 자기만 했다.  다음날 새벽, 왠지 쪽팔리고 불편해서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왔다.  숙소에 소속되어 있는 착한 기사가 친절하게 빠하르 간지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곳은 이미 혼돈의 도가니지만 오늘밤이면 이곳을 떠나니 착하게 잘 견뎌보자.

   

 

인도에서의 마지막 숙소.  짐 들어다 준 댓가로 얻은 숙소인데,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일 하지 않기로 남편한테 맹세받음.  왠지 쪽팔리고, 외출하기도 어렵고.

 

 

 

인도방랑기가 좀 늦게 문을 열기에 근처 '너바나'에서 나만 콘티넨탈 브렉퍼스트를 먹고 밥먹고 나자 쫓겨나와 기다렸다 들어간 인도방랑기.  허름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나오면 다들 한국식당 이런 것에 너그러워진다.  한국음식 같이 생겼다는 것 하나에 감격한다.

 

무더위와 사람,  먼지, 쓰레기... 잠시 걷는 걸었을 뿐인데, 이미 녹초가 된 것 같다.

 

 

릭샤꾼도 바가지, 택시도 바가지... '약간씩' 바가지 써주는 너그러운 여행자이고 싶은 나인데, 이건 너무 심하다.  아무튼 택시 대절해서 흙바람은 불고, 에어콘은 안되어 먼지와 땀에 범벅된 채 레드포트에 갔더니, 낼(8.15)이 국경일이라고 준비 땜에 폐쇄. 이미 지쳐빠졌는데, 자마 마스지드 인가 이슬람 사원에 갔을 때는 옷차림 갖추래서 것도 귀찮아 입구에서 사진 몇장 박고 나옴.  택시기사가 무슨 가게에 가재서 해고하고 라지 가르트에 갔더니 거기도 폐쇄.  이미 릭샤와 택시에 학을 뗀 뒤라 버스타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후마윤의 묘'에 갔다.  버스를 탔더니 사람들이 죄 우리를 구경하고, 각시랑 앉아있던 남자가 냉큼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  우리식으로 '아, 됐다고' 사양해도 극구 앉힌다.  괜히 각시한테 조금 미안하다.  그악스럽던 사람들을 겪다가 버스에 탄 사람들을 보니 왠지 마음이 많이 놓인다.  근데, 버스정류장에서 하마윤의 묘까지 거리가 상당하다.  어마어마한 수의 오토바이들을 지나, 기차역을 지나, 자전거 릭샤를 타고 후마윤의 묘까지 간다.  자전거 릭샤는 깎지 말자고 남편에게 말했다.  땀을 뻘뻘 흘리는 기사가 안쓰러워서.

 

 

 

 

 

 

 

 

 

 

 

 

 

 

 

 

 

 

 

 

 

 

후마윤의 묘는 참으로 쾌적하고 아름다웠다.  내가 인도에서 본 인공물 중 가장 쾌적한 공간이었던 것 같다.  무굴제국 때의 건축물이 여기서 비롯하여 타지마할에서 완결되었다고 말해진다지.  여기저기 쏘다니느니 이곳에서 퍼질러 많은 시간을 보낼 걸 그랬다.  어차피 중부 인도를 보려고 한다면 다시 한 번 인도에 와야 할 터.

 

 

 

 

 

 

 

 

 

 

 

 

 

 

 

 

 

 

 

 

 

 

 

 

 

 

 

 

 

 

 

 

 

 

 

 

 

 

 

 

 

 

 

 

 

 

 

 

 

 

 

 

 

 

 

 

 

 

 

 

 

 

 

 

 

 

 

 

 

 

 

 

 

 

 

'하마윤의 묘'를 보고난 후 한국에선 단 한 번도 안 가는 KFC에 가 햄버거랑 시원한 음료를 먹고 원기 충전해서 코너스 플레이스에 갔더니 짜증만 나고 기분이 나빠져서 '인도방랑기' 가서 대충 밥먹고  아주 착한 릭샤기사 만나서 그동안 우리를 등치려했던 모든 기사들을 용서해주기로 하고 세계에서 가장 한가하고 쾌적할 것 같은 지하철을 타고 일찌감치 공항으로 감.  아마도 델리에서, 아니면 인도에서 가장 쾌적한 곳은 공항이 아닌가 싶어서.  먼지와 땀에 절은 몸을 대충 물수건으로 닦아내고 짐부치고 면세점 좀 어슬렁거렸더니 금세 비행기 탑승시간이 되었음.   돌아보니 아주 많은 것을 가져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