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이들은 아마도 무량사만 들렀다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량사를 들어갈라 치면 오른편으로 태조암과 도솔암 가는 길이 있습니다.
아마도 무량사의 정수는 이곳이 아닐까 싶네요.
도솔암까지는 2~300 미터, 태조암까지는 1킬로미터 남짓,
운동화를 신지 않고도 걸을만한 거리이고 숨 가쁠 필요가 전혀 없는 평지지요.
그렇지만 이 길지 않은 거리가 주는 즐거움의 크기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을 거예요.
한적하고 그윽하고 다정하고 험하지 않으면서 깊고...
감상이야 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항상 느끼는 이 감정을, 또 그러리라하는 기대를 배반당한 적이 없네요.
마음이 어수선할 때 위로를 받고 마음을 다독여 보세요.
태조암 가는 길 입구에서 본 넉넉한 산 만수산. 연무 때문에 흐릿해서 안타깝네요.
지천인 야생 감나무. 재래종으로 알도 잘아서 따가는 사람도 없는 모양입니다.
겨울엔 죄다 홍시가 되는데 까치들의 겨울 식량이 되겠죠.
때이른 두어차례의 추위에 잎들이 죄 말라버렸는데, 새순같이 여리고 푸른 이 잎들은 무언가요?
누가 자작나무를 심었을까요? 백두산이나 캐나다나 아니면 더 추운 곳에 많은 나무인데
뜬금없이 이곳에 자작나무라니요. 게다가 사이사이에 단풍나무를 심다니, 나름 조경을 해본 걸까요?
감나무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등걸은 악어가죽같고, 감은 잘아서 탱자만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감을 맺어 내는것을 보니, 그 안간힘이 조금 무서운 생각조차 드네요.
비행기 한대가 이렇게 멋진 궤적을 남겼네요.
이 나무 앞에서 봄이라 사기쳐도 될 것 같아요.
이 곳이 태조암입니다. 민가라 해도 좋을 만큼 소박합니다.
가을 숲을 만끽합니다.
이 길을 보면 걷는다는 행위를 생각하게 합니다.
역광의 단풍나무 숲. 찍고 나니 왠 빛내림이...
돌아오는 길에 다시 본 자작나무는 빛의 조화로 더욱 하얗게 빛나더이다. 물론 단풍은 더욱 곱고요.
검은 가지 끝에 황금빛 마지막 나뭇잎.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저렇게 늙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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