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두 번씩 하는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 이번엔 좀 커져서 보라카이까지 왔다.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2년 전 발리 여행과 더불어 두 번째다.
다들 나이를 먹고 나니 좋은 점 하나는 점점 자유가 많아진다는 것.
그러니 다른 스케줄 때문이라면 모를까 가족 때문에 짧은 여행 못할 일은 없어졌다.
보라카이는 휴양지를 별로 가보지 않은 내가 누구한테 좋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던져본 건데
우리 모임의 미덕은 고민이 없다는 것, 던지자 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목적지로 확정지었던 것이다.
워낙 휴양지로 좋은 곳이란 얘기를 익히 들었던 터라 추천한 책임감도 전혀 느끼지 않았고 과연 그러했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가없이 이어진 눈부신 하얀 백사장, 좋은 날씨, 부족한 것이 없는 주변의 부대시설들, 행복한 사람들...
, 휴양지로서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과감하게들 수영복 떨쳐 입고 활보하였고(나 빼고), 날마다 지천으로 널린 맛있는 음식들을 골라 먹는 게 일이었으며,
시간을 놓아 버리고 늘어져 앉아 있는 권태도 맛보았고, 산 미구엘 맥주에 맛을 들여 결국 반드시 반주가 있어야 밥을 먹었다.
여행의 추진은 뼛속까지 총무인 멤버 덕분에 카톡에 여권 찍어 보내는 일 말고는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일이 없었다.
나이 들어 힘들면 안되니까 출발 전날 밤은 에어텔 얻어 편히 자고 공항까지 셔틀 이용하여 편하게 도착해서 출국 수속했다.
거리는 네시간 반이 안되는, 딱 견딜만 한 거리여서 자다 깨다 해 보니 칼리보 공항.
픽업 나온 밴 타고 한 시간 삼십 분 쯤 달려 부두에서 오 분 쯤 여객선을 타니 지척에 보이는 보라카이 섬에 도착했다.
숙소인 아젤리아에 도착해보니 리조트의 화려한 스위트는 아니지만 제법 깔끔하고 실용적인, 방 세 개와 아울러
둘러 앉아 놀수 있는 6인용 테이블이 갖추어진 공용공간까지 있어 여섯이 묵기 부족함 없는 객실이다.
멤버들이 다들 큰 부자는 아니어도 아쉬움 없이 돈 풀어가며 아주 속편하고 흥겹게 즐긴 나흘이었다.
(나는 뻘쭘, 새침, 아웃캐스트 담당이어서 이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가장 손해 본 사람.)
이제 나를 빼고는 다들 일터로 돌아간다.
이번 여행이 일상으로 힘든 틈틈에 잠깐씩 웃게 하는 시간이 되기를 빈다.
우아 담당 멤버가 긴한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해 모임의 우아도가 조금 하향되었다.
승객들로 미어지는 아주 작은 칼리보 공항. 승객의 절대다수가 한국인.
한산한 공항 앞
저만치 보이는 섬이 보라카이
부두에 내리면 이런 보라카이 보호 문구들이.
"시간 말고는 아무것도 죽이지 마시오"
"추억만 간직하세요"
"사진 말고는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마세요"(take를 살려서)
우리 숙소
짐 풀자마자 나가본 해변. 하도 아름다워 입이 쩌억 벌어졌다. 사진의 푸른 수초가 지저분해 보이지만 진짜 보면 이쁘다.
노을. 첫날이라 더 감명 깊었다.
사람으로 미어지는 D mall.
호핑 투어. 남들이 스노클링 하는 걸 구경함
수영복은 입었지만 적시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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