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여박물관 또한 한동안 내 놀이터였다. 부소산 밑에서 금성산 밑으로 이전한 후 나지막한 봄산의 품에 안긴 박물관은 안겨 스스르 잠들고 싶게 포근하고 꿈결같기도 했다. 방학이나 휴일이면 책 한권 들고 박물관 휴게실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아이들과 뒷뜰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 좋은 기운의 영향이었는지 작은 애는 미술을 전공한다) 신록이 곱기도 했고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도 했지만 그것은 무엇하나 거슬림이 없는 나지막한 박물관 건물로 정점을 찍었다.( 부여박물관 건물은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건축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시절이 각박해졌는지 발걸음이 뜸해진지 여러 해가 되었다. 허나, 늘 앞을 지나치면서 한번도 관심을 놓은 적이 없다.
부여에 가장 안타까운 점은 공연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부여박물관 부속으로 '사비마루'가 개관되었다.
그런데 참으로 암담한 것이, 이 건물이 누가 보아도 볼쌍 사납다는 것이다. 건물자체는 물류창고와 다름없고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보면 박물관 건물과 금성산을 막아 이전의 박물관 서정을 잃었으며, 박물관 뒷길에 올라보니 또한 정겨운 부여읍내 풍경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고려없는 건물을 정녕 건축 전문가가 만들어냈단 말인가. 수백억 건물을 풍치를 위해 철거할 수도 없고 이를 어쩐다 말인가. 건물 자체의 외관이라도 좀 바꿔주면 좀 나을런지.
'여행(우리나라) > 아름다운 부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 찬 삼월 궁남지(12.03.11) (0) | 2012.03.11 |
---|---|
평화로운 부여, 지나치다가(11.11.13) (0) | 2011.11.13 |
정림사지-시의 주인공이 되어(11.11.13) (0) | 2011.11.13 |
쓸쓸한 궁남지(11.11.07) (0) | 2011.11.07 |
내가 아는 젤 맛있는 커피(11.10.29) (0) | 2011.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