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우리나라)/아름다운 부여

정림사지-시의 주인공이 되어(11.11.13)

heath1202 2011. 11. 13. 20:06

오늘은 오랜 만에 홀로 휴일을 보내게 되었다.  남편은 서울 전교조 교사 대회에 갔고, 나는 하릴 없이 시간을 죽이다가 무력감에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어 과감히 박차고 나섰다.  뜬금없이 정림사지에 갔으면 싶었다.  시내 복판에 있어 늘 지나쳐 다니면서도 맘먹고 들어가지지는 않는 곳이다.  부여중학교에 근무할 땐 늘 복도 창 너머로 정림사지의 네모난 담장안에 머물고 지나는 시간을 내려다보곤 했었다.  가끔은 명랑한 수학여행 학생들이 손을 흔들어줄 때도 있었고. (윤제림 시인의 시 "춘향가"의 여교사가 나일지도 혹은 나였으면 하였다.)

 

< 증거 혹은 참고>^^

 

 

적막하리만큼 한산하다.    오랜 만에, 조금은 온기를 잃었지만 햇살도 빛났고  나 홀로 걷는 기분도 그럴싸했다.  마치 내면의 깊이가 한 치쯤 깊어질 듯 착각을 하며 무슨 생각이라도 하는 양 한참을 발소리도 죽인 채 이곳을 거닐었다.

 

나는 어려서 이곳에서 놀곤 했다.  지금도 내가 다닌 초등학교 후문은 정림사지 매표소와 마주보고 있다. 그때야 그저 너른 놀이터 이상의 무슨 느낌과 감정이 있었으랴 싶지만, 아니다.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내 내면에 깃든 쓸쓸하고 따뜻한 그 시절의 온기가 아련히 가슴에 퍼지는 걸 보면 지금 나의 몇 퍼센트는 이곳이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런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정림사지 가는 길은 짧지만 아기자기한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을 배회하는 길잃은 말티즈 한마리.  매표소 언니가 묶어놓았는데  불안해 연신 짖는다.

 

 

 

정림사지 박물관 

 

 

가을의 햇살을 안고 있는 정림사지

 

 

 

 

나는 이제껏 정림사지 5층 석탑보다 완벽한 균형과 절제의 탑을 본적이 없다.  무엇을 빼도 보태도 지금보다 나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혼자 나와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고,  지나는 중학생 불러서 찍어 달랬다.  꼭 이곳에서 찍고 싶었다.  부여 사람이 이곳에서 인증샷을.